처음 인사드립니다. 3년간 베이징 특파원 근무를 마치고 SBS D포럼(SDF) 준비팀에 합류한 김지성 기자입니다. 올해 SDF 주제는 <AI시대, 다시 쓰는 경제 패러다임>인데요, 베일에 가려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중국의 AI 관련 소식으로 여러분과 인사를 나누고자 합니다.
지난해 6월, 베이징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중국 공안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혹시 다른 이름으로 중국에 입국한 사실이 없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무슨 소리예요,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응수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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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중국에 계속 체류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거류허가증’을 받아야 합니다. 직종에 따라 거류허가증의 유효 기간이 다른데, 기자(특파원)의 경우 매년 갱신해야 합니다. 다른 직업군이 대략 3년마다 한 번 갱신하는 것에 비하면, 기자는 더 자주 거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셈입니다. 외국인 기자는 중국에서 ‘반(半) 스파이’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중국 당국이 거류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중국을 떠나야 합니다. 실제 중국 당국은 다른 나라와 외교적 갈등이 있을 때, 혹은 해당 기자가 중국 체제에 반(反)하는 기사를 쓸 때 종종 이런 식으로 외국인 기자를 추방하곤 합니다. 이런 까닭에, 거류허가증 갱신 기간이 되면 공안의 반응에 여느 때보다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공안의 단순한 착오일 거라 생각하고 웃어넘겼습니다. ‘내가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톰 크루즈)도 아니고….’
그런데, 이튿날 또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같은 공안이었습니다. 이번엔 구체적인 이름을 거론하며 “‘김지O’이란 이름으로 중국에 입국한 사실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제 쌍둥이 동생 이름이었습니다. 더이상 웃어넘길 수 없었습니다. 쌍둥이라고 설명하자 증명을 요구했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와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라고 했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 가급적 최근에 함께 찍은 사진’이란 구체적인 단서까지 달았습니다. 동생과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닌데, 성인이 되어서 함께 찍은 사진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성인 남자 형제 둘이 사진 찍을 일이 흔치 않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다행히 17년 전 동생 결혼식 때 찍은 가족사진이 외장 하드 디스크에 보관돼 있었습니다. 이렇게 서류와 사진을 제출하고 나서야 ‘중국에 계속 머물러도 좋다’는 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확인한 사실이지만 동생이 가장 최근 중국을 방문했던 건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8년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 발발 이후엔 중국의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 탓에, 중국을 방문할 경우 2~3주간 강제 격리를 해야 했던 탓에, 사실상 중국 방문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외국인에 대한 안면 인식 기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했습니다. 수년 전 입국 기록까지 대조해 자동 식별하는 시스템이 본격 가동됐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베이징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첫해와 두 번째 해까지만 해도 공안으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추측컨대, 앞으로 제 동생은 기자인 쌍둥이 형을 뒀다는 이유로 중국 입국이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당신, 기자인데 이름 속여서 입국한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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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국과 함께 AI 강국으로 꼽힙니다. 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0~2022년 중국의 AI 분야 특허 출원 건수는 2,265건으로 미국보다 많았습니다. AI 산업 규모는 5,000억 위안(90조 원)을 넘어섰고, AI 기업 수는 4,200개 이상으로 전 세계 AI 기업의 1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가 발표한 ‘2021년 AI 관련 논문 생산량’에서도 중국과학원과 칭화대 등 중국의 학술 기관이 1위부터 9위까지 모조리 휩쓸었습니다. 특허와 논문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이 AI 개발에 각별한 노력을 쏟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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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상하이에서 개최된 ‘월드 AI 컨퍼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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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를 시작으로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센스타임 등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도 미국 오픈AI의 챗GPT에 대항할 수 있는 자체 생성형 AI 챗봇을 발표했거나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AI 챗봇 ‘어니봇(Ernie bot; 중국명 文心一言)’을 공개한 바이두는 어니봇이 종합 능력 평가에서 ‘챗GPT 3.5’를 능가했다고, 심지어 중국어 능력에선 GPT-4까지 앞질렀다고 주장합니다. 6월 시진핑 중국 주석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 AI 기술의 중국 진출을 환영한다”라고 밝힌 것도, 이런 자신감의 발로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AI 기술이야말로 미래 산업과 세계 패권을 좌우할 핵심 기술임을 중국도 절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2017년 중국은 “2030년까지 AI 세계 1위 강국이 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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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두가 AI 챗봇 ‘어니봇’을 공개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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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중국이 자국 빅테크들의 자유로운 AI 개발을 무한정 보장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AI 기술 발전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 증진, 민주화를 수반하거나, 반대로 정보 조작이나 가짜뉴스를 양산해 중국 체제에 대한 도전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중국은 이른바 ‘만리 방화벽’을 구축한 상태입니다. 만리 방화벽은 중국의 상징 만리장성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중국식 강력한 인터넷 통제 체제를 일컫습니다. 이 방화벽을 통해 중국은 주요 외국 언론사 사이트부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넷플릭스, 카카오톡 등까지, 자국에 불리한 정보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외부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체제에 불리하거나 위협이 될 만한 정보를 14억 자국민들이 접할 수 없게 원천 봉쇄한 겁니다. AI 개발도 예외가 아닙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바이두의 AI 챗봇 어니봇을 시연해본 결과, 어니봇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에 침묵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훌륭한 지도자인가’라는 질문에 “아직 답변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고 답했고, 1989년 톈안먼 사태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자 어니봇은 대화 주제를 바꿀 것을 제안했습니다. ‘중국이 타이완 통일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답을 피했습니다. AI의 머신러닝, 딥러닝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민감한 주제의 학습을 배제했거나 특정한 답변만 하도록 규제한 결과입니다.
중국 정부는 7월 13일 ‘생성형 AI 산업 관리 규정’을 발표했는데, AI 서비스가 ‘중국의 사회주의 가치를 견지해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체제 전복을 선동하거나 국가 통일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품 출시 전 보안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AI 서비스 내용을 사전 검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AI 기술 발전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공산당 지배 체제도 보호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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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부가 발표한 ‘생성형 AI 산업 관리 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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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나아가, AI를 감시·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속내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중국 국가안전부장은 7월 11일 기고문을 통해 “국가 안보와 공산당 지도력 강화를 위해 간첩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며 “빅데이터, 블록체인, AI의 힘을 활용해 간첩의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AI를 활용한 감시가 외국인뿐 아니라 중국의 소수 민족 등 자국민에게도 향할 것임은 불 보듯 뻔합니다. 첨단 기술이 감시·통제 수단으로 이용되는 모습은 중국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019년 기준 전 세계 감시카메라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설치돼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는 5억 대 이상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감시카메라로 자국민들의 목소리까지 수집하고 있다고, 감시·통제 목적으로 노래방 같은 사적 영역에까지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얼마 전엔 중국의 한 국가과학센터가 얼굴 표정과 뇌파, 피부 전기 반응 등으로 공산당원들의 사상 교육 학습 효과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가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과학 기술을 이용해 세뇌하려는 것이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AI는 이렇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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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터미네이터>가 개봉된 지 39년이 지났습니다. 영화 속에서 인류와 로봇 군단이 전쟁을 벌이는 건 2029년입니다. 그 사이 현실 세계에선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겼고, 챗GPT가 등장했습니다. 갈수록 더 많은 영화가 AI가 인간을 지배하거나 인류를 위협하는, 어둡고 불안한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크리스 밀러는 저서 ‘칩워(Chip War)’에서 “베이징은 기술을 감시의 목적으로 극대화하면서 AI와 독재주의를 결합한 21세기 혼종을 만들어 냈다”고 서술했습니다. 비단 중국만의 모습일까요? AI는 인류의 적일까요? 친구일까요? 이에 대한 AI(챗GPT)의 답변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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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미래팀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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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다이어리는 SDF 참가자 중 수신 동의하신 분들과 SDF 다이어리를 구독한 분들께 발송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수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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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애 기자 :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믿으며 SBS D포럼을 총괄 기획해 오고 있습니다.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 시사고발프로그램 ‘뉴스추적’ 등을 거쳤으며 2005년부터 ‘미래부’에서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떻게 다르게 같이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해 오고 있습니다.
김지성 기자 : 3년간 베이징에서 특파원을 지내며 거대 경제, 핀테크, 빅브라더, 모순, 그리고 인간애를 떠올렸습니다. 앞서 사회부, 정치부, 탐사보도부 등을 거쳤습니다. 우리의 미래와 화두에 대해 더 고민하고자 합니다.
이혜미 기자 : 2008년부터 경제부, 사회부, 뉴미디어 분야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써왔습니다. '번아웃'을 경계하고 일상 속 소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살고 있습니다.
김민정 기자 : 알아주는 SF 덕후입니다. 디지털 기기의 노예의 하나로 살아가고 있으며 기술의 변화가 인간의 뇌와 내면, 그리고 사회 제도에 끼치는 영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미래팀에서 구독자님들과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2014년부터 기자생활을 시작해 그동안 사건, 법조, 교육, 탐사보도부, 정당, 통일·외교 분야의 건조한 기사를 주로 썼습니다.
최예진 작가 : 시사, 뉴스, 선거 방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경험했고 2018년부터 D포럼을 기획‧구성하고 있습니다. 지식 포럼을 조금 더 대중 친화적으로, ‘가까이 와닿는’ 포럼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최성락 피디 : 오늘에 안주하지 말고 내일을 요리하자! SDF의 도전에 깊은 맛을 불어넣고있는 PD입니다.
최유진 작가 : 경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 많은 작가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끼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SBS D 포럼을 만들며 배워나가는 새로운 경험과 생각을 유익한 콘텐츠로 담아내고 싶습니다.
박준석 프로그램 매니저 : 다양성, 꿈, 데이터, 민주주의, 존엄성을 화두로 깨어있는 개인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SBS D포럼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팀원들과 함께 행복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SBS D포럼이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으로 한걸음씩 잘 진화해 나가기를 기원하고 있으며, 특히 글로벌하게도 그 선한 영향력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세종 촬영감독 : 현재 SDF 팀의 촬영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협업을 중요시하는 프리랜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신소희 아트디렉터 : SDF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공감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제 손이 닿은 곳에서도 공감과 에너지가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송현주 마케터 : SDF의 SNS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채널과 콘텐츠로 더 많은 분들과 함께 SDF의 지식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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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담대한 도전 SBS SDF │ sdf@sbs.co.kr
서울시 양천구 목동서로 161 SBS방송센터 보도본부 논설위원실 미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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