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적인 당신의 하루를 위한 SDF 다이어리입니다. 설 연휴 잘 보내셨어요? 주말 포함해 5일이나 되는 긴 연휴였는데, 언제나 그렇듯 휴일은 금방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도 코로나 이후 모임 인원 제한이나 영업시간 제한, 방역 패스 같은 지침들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들을 마음 편히 만나는 것, 올해도 녹록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종식이 언제일지 알 길 없고 코로나 이후 제2, 제3의 팬데믹도 온다던데 ‘언제까지 이런 평범한 행복들을 유보해야 하는가’하는 물음도 생깁니다.
이 물음을 조금 어렵게 말하면,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기본권을 언제까지 제한할 것인가’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
최근 방역 패스 관련해서 이어지는 소송(헌법 소원,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도 ‘정부가 개인에게 백신을 맞아라 말라 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초기, 전 세계가 놀랄 정도로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던 우리나라에서 조금씩 다른 목소리를 내는 움직임들이 나오고 있고,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SDF 다이어리에서는 헌법학자들을 통해 그 이유가 무엇이고, 앞으로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짚어보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어렵고 지루하고 쉽게 읽히지 않을 수 있지만 오늘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개인들의 ‘자기 결정권’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한번 깊게 읽어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4명의 헌법학자를 개별 취재했으며, 내용을 모아 정리했습니다.) Q.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정부의 지침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정부에서 ‘이것 하지 마라, 저것 하지 마라’하는 것들이 참 많죠. 코로나 초기에는 무조건 정부 지침을 따라왔는데, 어느 순간 ‘어? 계속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하는 의구심들이 들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실제 ‘방역 패스’ 관련한 헌법 소원부터 집행 정지 결정까지 줄줄이 이어지고 있죠. 이런 사회의 움직임을 보면 요즘 정부의 기본권 제한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헌법에서는 정부가 사회 안전, 질서 유지 등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만큼’ 개인의 자유를 제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런 반발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이유는, “과연 정부가 나의 기본권을 ‘필요한 만큼’ 제한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코로나 팬데믹을 긴급 상황으로 여기고 개인들이 자신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들에 대해 기꺼이 동참했어요. 그러나 코로나가 장기전이 되면서 기본권을 무조건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얼마 전부터 방역패스 관련 소송이 이어지고 있고, 일부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결정문이나 기사를 보면, 방역패스 논란에서 ‘자기 결정권’이 언급되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자기 결정권’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인간 존엄을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헌법 10조에 인간의 존엄성을 명시돼 있습니다. 자유는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기본 요건이죠. 자기의 삶을 자신이 정할 자유, 즉 ‘자기 결정권’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인간의 존엄성도 보장될 수 없습니다. 방역 패스를 통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백신 접종을 유도하다 보니,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죠. 방역 패스 관련해서 ‘자기 결정권’이 언급되는 것은 개인의 신체에 관한 결정을 국가가 강요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입니다. 물론 미접종자에 과태료 처분 등의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강제’로 볼 수 있는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그러나 지속해서 일상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조치들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정부가 백신 접종을 강제한다고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백신이 개인의 생명이나 건강에 대한 위협 없이 감염병을 예방한다고 해도 국가가 백신 접종을 강요할 수 있는지는 살펴봐야 할 문제입니다. 하물며 코로나 백신은 부작용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사망자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백신 접종은 개인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는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죠. “한편으로 방역 패스가 필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엄중하고,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 있기도 하죠. 백신 효과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더 좋은 대안이 없지 않느냐에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정부가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해야 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있죠. 그러나 백신 접종이 절대적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부작용 우려에도 성인과 똑같이 적용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백신 접종 후 숨진 자식을 가진 부모 입장이 어떨까요? 방역 패스를 하되 어느 영역에서 어느 정도의 강도로 할 것인가는 섬세하게 조율돼야 합니다. 또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의 부작용이나 미접종 시 어떤 상황이 예측되는지 실증적인 검토를 해야 합니다.” Q. 코로나 발생 초기, 정부는 코로나 방역을 명분으로 개인 동선 정보까지 공개했고, 개인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코로나 초기처럼 위기 상황이니 일단 정부 지침을 따르라는 것은 이제 효용을 다했습니다. ‘백신도 무조건 맞는 게 좋다’는 것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침들이 코로나 확산 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당한 방법’인지를 꼼꼼히 따져서, 국민에 ‘입증’해야 합니다. 다른 대안이 없는지, 목적을 달성하기는 하는데 실제 얻어지는 공익은 적고 개인이 입는 피해(자유 제한)가 크다면 그 수단은 쓰면 안 되는 겁니다. 결국 이런 것을 꼼꼼히 따져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 온 겁니다. <사진설명: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 밤 9시 이후 영업 제한 지침으로 가게가 비어 있다.> 예를 들어, 밤늦게 영업하지 말라는 것도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국민이 영업시간 제한의 근거가 무엇인지 묻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제는 그것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만큼 실효가 있는지 또한 물어야 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헌법에서 정부가 공익을 위해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을 명시했는데, 그게 바로 ‘지나치거나 과도해서는 안 된다(과잉금지 원칙)’는 한계를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개인의 자유, 자기 결정권을 정부가 제한하게 될 때 그 필요성을 정부가 입증해야 할 책임도 있습니다. 정부는 그 책임을 다해야 하고, 개인은 그것을 따져 물어야 합니다. 헌법에 보면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초기에 종교 단체 등에서 코로나 확진자들이 발생하면서 규제가 강화됐습니다. 심정적으로 왜 이런 비상 상황에서 굳이 교회에 가느냐, 성당을 가느냐 등의 비난이 공감을 얻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모일 수 있는 종교 시설에 대한 규제를 식당보다 강하게 하는 것이 맞느냐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국 코로나 초기와 달리, 제한되고 있는 기본권들이 상황에 비추어 타당한지, 효용이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따지고 점검해야 하는 새 국면을 맞이한 것입니다 <사진설명: 코로나 감염 여부 검사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임시 선별진료소 앞에 줄을 서 있다> “개인 정보 자기 결정권도 주목해야” 자기 결정권 가운데,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는 나의 정보에 대한 수집과 사용 등을 내가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질병관리청에서 확진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죠. 유출되면 누군가에 약점이 될 수도 있는 민감 정보들입니다. 그러나 아직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는 외부적 관리·감시·통제가 없는 상황이죠. 이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실제 두려울 만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어느 시점에는 개인의 민감 정보에 대한 수집 관리 제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민주주의국가에서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일해야 한다는 원칙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선한 의도라고 해서 결과가 꼭 같은 것은 아닙니다. 좋은 의도라도 결과가 나쁜 경우도 있고 실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국가가 전능하다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Q. 코로나 이후 제2, 제3의 팬데믹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화두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향후에도 팬데믹이 반복되면 국가는 개인에게 계속해서 자유를 포기하게 할 겁니다. 공익을 위한 것일 수도 있고 공익을 명분으로 들 수도 있겠죠. 정치나 권력의 속성이 그렇죠. 그래서 개인은 ‘그래 그럴 수도 있지’하고 자유, 기본권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개인들은 깨어 있어야 하고, 국민은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인식이 가져야 합니다.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제대로 알고, 혹여라도 정치적인 의도를 공익이라는 명분을 들어 달성하려는 것은 아닌지 철저히 경계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양보해서는 안 되는 가치가 자유, 자기 결정권입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치의 경합을 경험했습니다. 어느 한쪽만 이야기할 수 없고 더불어 살면서 양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균형과 조화’를 화두로 꼽았습니다. 쉽지 않지만, 이제는 ‘공익’과 ‘기본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균형점’이 어딘지를 고민할 때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사적 모임의 제한, 영업제한 같은 조치들이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영업시간 제한 문제는 ‘생존권’의 이슈입니다.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과연 규제가 적정한지, 혹시 영업이 가능한 대안은 없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혹여 대안이 없다면 국가가 보전을 얼마나 할 것인지 통계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제시돼야 하는 시점입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첨예한 갈등 대립이 불가피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위기 상황에서 답은 결국 절충과 타협, 조화라고 생각합니다. ‘조화적 통합’이라는 말을 쓰는데, 어떤 계층이나 집단에 손실이나 손해가 일방적으로 부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비슷한 얘기로, 미국 헌법학자인 로널드 드와킹이 이퀄 컨선 앤드 이퀄 리스펙트 (Equal concern and equal respect)를 언급했는데, 번역하자면 ‘평등한 관심과 존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립이나 상충 관계에 있는 이익이나 생각이더라도 존중해야 합니다.
동양적인 관점에서는 환난상휼, 어려울 때 관심 갖고 배려하라는 것입니다. 갈등과 분열, 대립이 없는 경우는 없잖아요. 코로나 상황에서 돌보고 배려하고 조율해가는 좋은 경험을 잘 만들면 이후 훨씬 더 멋있고 재미있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혼란한 시기마다 헌법 조항들은 일상으로 나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때로는 행동을 불러왔습니다.
어쩌면 헌법이 우리의 가슴을 가장 뛰게 하는 글인지도 모릅니다.
한 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1조 1항이 광장에 울려 퍼졌는데, 요즘은 헌법 10조가 자주 언급되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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