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적인 당신을 위한 인사이트, SBS D포럼에서 보내드리는 SDF다이어리입니다.
SDF다이어리는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인 간의 적극적 연대의 움직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리고 이 믿기 힘든 현실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전쟁 사진 기자인 카림 벤 켈리파의 통찰을 빌려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Ep.98 전쟁, 그리고 당신이 할 수 있는 일 (클릭시 이동)
🔗카림 벤 켈리파 인터뷰 영상 보러 가기 (클릭시 이동)
어느덧 시간이 흘러, 다음 주 24일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대한 침공을 시작한 지 꼭 석 달이 되는 날입니다. SBS D포럼을 만드는 미래팀은 지금처럼 끝을 알 수 없는 전쟁의 고통 속에서 우리가 놓지 않고 주목해야 할 것들이 또 어떤 게 있을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어려운 고민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한국 언론 최초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입국해 취재를 하고 돌아온 SBS 곽상은 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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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 SBS 미래팀과 만난 곽상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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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취재를 다녀오셨는데요. 한국 언론 최초 입국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도 순탄치는 않으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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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취재를 시작한 건 3월 1일부터였어요. 우크라이나 남서부 지역과 맞닿은 루마니아 국경에서 첫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루마니아 시레트라는 곳인데, 그곳이 체르니우치라는 우크라이나 남서부 도시와 맞닿은 접경도시라서 유럽의 구호 물품이 그 지역을 통해서 전달되고 있었어요. 그래서 루마니아 시레트 지역의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취재하면서 우크라이나 상황을 간접적으로 전해 들을 수 있었어요.
루마니아 시레트를 통해서 여러 가지 구호 물품이 넘어갈 때, 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의 부주지사가 직접 와서 감사의 인사를 표하기도 했는데요. 그때 저희 취재진은 “피란민들뿐 아니라 저렇게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왔다가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안정적인 왕래가 가능한 지역이라면, 우리 언론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우리도 시도를 해보자”라는 취재진끼리의 공감대가 생겼어요. 문제는 정부였어요. 한국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굉장히 강력한 여권법을 가지고 있거든요. 전쟁 발발 직후부터 외교부에 우크라이나 취재를 꾸준히 타진했는데, 정부는 “이미 여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해놨고, 현지에서 빠져나온 교민들의 재입국도 허락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언론 취재도 허가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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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장에 가서 보니까 이 루트(루마니아 시레트에서 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 진입)로 외교부를 설득할 자신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동시에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에게 한국 정부의 허가를 받게 되면 당신들의 협조를 받고 싶다는 요청을 했고, 굉장히 긍정적인 답변들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계획들을 바탕으로 외교부를 설득하면서 “우리가 현지에서 알아본 결과 안정적으로 취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그러니 정부에서도 다시 한번 검토해 달라.”라고 했고, 정부 당국도 회의 끝에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예외적 여권 사용을 허가해 준 것이죠. 그렇게 SBS가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입국할 수 있었습니다. 허락된 시간은 2박 3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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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취재 준비를 하면서부터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마주한 우크라이나 상황은 어땠나요? 현지 보도를 통해 꼭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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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전쟁 중인 국가에 가니까, 들어가기 전에도 들어가 있는 중간에도, 많은 분들이 안전에 대한 걱정을 해주셨는데요. 미사일 공습의 위험은 우크라이나 어디에나 피할 수는 없지만, 체르니우치는 지상군이 들어와서 교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은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 저희 취재진이 가서 느낀 감정은 안전에 대한 공포라기보다는 ‘슬픔’에 가까웠어요. 전쟁 중인 사람들의 힘들고 고단한 감정, 가족들과 헤어지고, 헤어진 가족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느끼는 불안을 같이 공감하면서 느끼는 불안과 슬픔이 있었지, ‘우리 취재진이 위험하다’하는 생각은 별로 안 했던 것 같아요.
제가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에서 첫날 만났던 사람 중에는 만삭의 아내와 함께 피란을 온 사람이 있었어요. 그 부부는, 하르키우라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이며 지금까지도 러시아군이 미사일 공격을 강하게 가하고 있고 그 주변까지 지상군이 교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으로부터 피란을 왔는데요. 부부 둘 다 체르니우치는 처음 오는, 연고가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아내가 만삭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라고 판단되는 곳으로 피란을 와 있었는데, 남편이 젊은 남성이기 때문에 입영 통지서가 날아온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만삭의 아내를 낯선 도시에 남겨두고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그 부부가 굉장히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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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으로 사진 자료 같은 것들을 보여주면서 논리적으로 담담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얘기해줬는데요. 하지만 아내를 홀로 남겨둬야 하는 상황을 이야기하다가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저도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또 인상이 깊었던 분은 우크라이나에서 만났던 군인입니다. ‘이런 얘기까지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현직 군인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바쁜 중에 응해준 인터뷰였는데요. 저도 솔직하게 여쭤봤어요. “이렇게 바쁘고 힘든 중에, 우리가 엄청나게 많은 군사적, 혹은 금전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국가의 사람도 아니고 아주 먼 나라에서 온 기자의 취재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임하는 이유가 뭐냐?”고요. 그랬더니 “자신들의 (항전)의지를 알리고 싶다.”라고 얘기했어요.
제가 이들의 이야기를, 슬픔과 어려움 그리고 의지를 있는 그대로 전달해주는 것 외에는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게 마음이 안 좋기도 했지만, 그런 도움이 이들이 원하는 도움이고 힘든 상황에도 외신들의 인터뷰에 응하는 이유이기 때문에 강한 책임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기자로서도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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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SDF다이어리 <Ep.98 ‘전쟁, 그리고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에서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등 그들을 돕기 위해 나선 개인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연대’에 대해 생각해봤는데요. 루마이나 시레트에서 그 사례를 직접 취재하셨더라고요. 가까이서 본 그들의 모습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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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의 기차역,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기 위해 나선 사람들
사진 제공 : 카림 벤 켈리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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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피란민 가족들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해주는 여러 루마니아 가정들이 있었어요. 심지어 루마니아어와 우크라이나어는 통하지 않아요. 번역 앱을 통해서 대화하면서 하루 종일 그 사람들을 돌보는 거예요. 너무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전쟁 중인 사람이 힘들지 내가 뭐가 힘드냐.”라고 오히려 얘기를 하고 “도울 수 있는 것이 감사하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전쟁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인간성에 대한 부정적이고 아주 잔인한 면을 보여 주지만, 전쟁이 일어나는 이면에서는 여전히 우리 인간의 좋은 면 그리고 인류애의 가치들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 전쟁 지역과 그 주변의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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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당신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다시 오겠습니다”라는 말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우리가 지금 놓치지 않고 들어야 할 목소리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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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다시 돌아가겠다’라는 다짐을 했었는데요. 21세기에, 2022년에 유럽의 한복판에서 벌어진 굉장히 충격적인 전쟁이기는 하지만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전쟁이다 보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 전쟁이 얼마나 길어질지, 혹은 우리의 생각보다 조금 더 빨리 끝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서 한국 사람들의 관심이 더 무뎌진다고 할지라도 제가 취재했던 그 사람들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이 식어서 그들의 목소리가 어딘가로 사라지지 않도록 그 목소리를 계속 전달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담은 다짐이기도 했고요. 또 하나는 전쟁이 끝나고 다시 복구하고 재건하는 과정에서 평화를 찾은 우크라이나에 가서 다시 그 사람들의 얘기를 취재하고 싶다는 강한 바람이었습니다.
제가 올 여름에 SBS 파리 특파원으로 부임을 하게 되는데요.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이기 때문에 당연히 계속 예의주시할 거고요. 그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고, 그리고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지워지지 않도록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 시청자들에게 전달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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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과 많은 국민들은 SNS를 활용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 곳곳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진실의 기록으로 남고 있습니다. 진실의 기록, 축적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식의 삶을 선택을 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일 겁니다.
아주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 일지라도, 현장의 진실을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기록이 당사자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곽상은 기자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새삼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자칫 위험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언론인들이 현장에 직접 가서 보고 취재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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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애 기자 :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믿으며 SBS D포럼을 총괄 기획해 오고 있습니다.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 시사고발프로그램 ‘뉴스추적’ 등을 거쳤으며 2005년부터 ‘미래부’에서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떻게 다르게 같이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해 오고 있습니다.
최예진 작가 : 시사, 뉴스, 선거 방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경험했고 2018년부터 D포럼을 기획‧구성하고 있습니다. 지식 포럼을 조금 더 대중 친화적으로, '가까이 와닿는' 포럼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채희선 기자 : 2010년에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사건, 법조, 경제·산업, 방송통신정책, IT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뉴미디어국 비디오머그 등에서 일하면서부터는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더욱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2022년 SBS D포럼을 기획하는 미래팀에서 무엇을 보도해야 할지, 구독자님들과 소통하며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최성락 피디 : 오늘에 안주하지 말고 내일을 요리하자! SDF의 도전에 깊은 맛을 불어넣고있는 PD입니다.
최유진 작가 : 경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 많은 작가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끼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SBS D 포럼을 만들며 배워나가는 새로운 경험과 생각을 유익한 콘텐츠로 담아내고 싶습니다.
박준석 프로그램 매니저 : 다양성, 꿈, 데이터, 민주주의, 존엄성을 화두로 깨어있는 개인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SBS D포럼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팀원들과 함께 행복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SBS D포럼이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으로 한걸음씩 잘 진화해 나가기를 기원하고 있으며, 특히 글로벌하게도 그 선한 영향력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세종 촬영감독 : 현재 SDF 팀의 촬영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협업을 중요시하는 프리랜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신소희 아트디렉터 : SDF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공감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제 손이 닿은 곳에서도 공감과 에너지가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송현주 마케터 : SDF의 SNS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채널과 콘텐츠로 더 많은 분들과 함께 SDF의 지식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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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담대한 도전 SBS SDF │ sdf@sbs.co.kr 서울시 양천구 목동서로 161 SBS방송센터 보도본부 논설위원실 미래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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