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미래를 여는 담대한 도전, SDF다이어리입니다. 최근 새삼 5월의 싱그러움이 가득 느껴지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창 밖의 나뭇잎들을 보면서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석유화학 강국’ 우리나라에서 나뭇잎이 에너지나 플라스틱의 원료가 될 수는 없을까를 앞서 상상해 온 분이 있습니다. 바로 ‘대사 공학’이라는 조금은 낯선 이름의 학문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해 오고 있는 이상엽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1] 인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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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전환기, 특히 특정 국가가 어떤 전략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가 그 나라의 안보와 동맹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소위 기정학(技政學, tech-politics)의 시대를 맞아, 새삼 첨단 기술에 매진해오고 있는 과학자들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대전에서 이상엽 교수를 만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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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특훈교수는 KAIST가 교내 교수 중 세계적 수준의 연구업적과 교육성과를 이루고 그 전문분야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교수 중 선발하는 교내 최고의 명예로운 직이다. 교수 총정원의 3% 이내에서 선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특훈교수로 선발되면 특별인센티브가 지급되고 정년 이후에도 비전임직으로 계속 근무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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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풀잎에서 플라스틱을: 산업 바이오, 석유화학산업에 도전장”이라는 제목으로 저희 SDF 연사로 섰던 이상엽 교수를 다시 만난 것은 13년 만이었습니다.
이상엽 교수님와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가 2021년,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등이 활동했던 360여 년 전통의 영국왕립학회의 첫 한국인 과학자로 선발됐다는 기쁜 소식도 앞서 접해 알고 있던 상황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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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수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죠? 2010년 저희 포럼 연사로 오셨을 때 나뭇잎으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도전을 하신다고 해서 호기심 있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어떤 연구를 주로 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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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생을 ‘대사공학’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바이오테크놀로지[2]와 엔지니어링[3]이 겹쳐있는 학문입니다. 대상은 모든 생명체가 다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저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고 안전성이 확보된 즉 우리가 탱크 같은 데 넣고 키우고 필요하면 완전히 다 죽여버릴 수 있는 그러한 시스템에서 공학으로 게놈을 다 뜯어고치는 연구를 할 수 있는 ‘박테리아’로 한정해서 연구해 왔습니다.
보통 박테리아는 우리 피부에도 있고 장에도 있고 온 곳에 다 있잖아요. 그런데 거기 있는 이유가 자기들 밥 먹고 자라서 번식하는 게 목적인데요. 그런데 보니까 박테리아가 소위 무슨 항생제나 항암제도 만든다는 것을 발견한 거죠. 그런데 워낙 미량을 만드니까 이제 과학으로 어떻게 하면 대량 생산해서 지금의 80억 인구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까 이런 연구를 하는 것이 ‘대사 공학’ 학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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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이오테크놀로지란 생물공학, 생명공학. 살아있는 미생물 등의 생물체를 이용하여 하나의 유기 물질을 다른 한 가지 혹은 여러 가지 물질로 변화시키는 기술을 통칭한다.
[3] 엔지니어링이란 공학을 의미하며 기술적 문제를 발견하고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학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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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DF2010 ‘풀잎에서 플라스틱을’ 세션 이상엽 교수 발표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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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해온 연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지금 너무 화석연료를 의존해서 에너지 하고 화학물질을 얻어요. 그런데 기후 위기에, ‘자원고갈 문제’, 그러니까 원유가 수억 년에 걸쳐서 만들어지는 건데 그것을 지난 50~60년간 엄청난 속도로 저희가 끌어다 썼잖아요. 그러니까 균형이 깨진 거죠. 그래서 ‘석유화학을 바이오로 재생 가능한 원료로부터 생산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게 됐습니다.
대표적인 게 가솔린을 세계 최초로 바이오로 만들고, 그다음에 디젤 같은 경우 지금도 바이오 디젤과 섞어 쓰는 게 의무인 것 아세요?[4] 그런데 그 바이오 디젤이 팜유 같은 지속가능한 식물성 오일이 기반입니다. 그런데 이 팜오일이 동남아시아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식량이에요. 그래서 인구가 늘고 계속 소비가 되다 보면 식량으로 쓸 거냐 연료로 쓸 것이냐의 딜레마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디젤도 못 먹는 바이오매스[5]를 원료로 만들어야 된다’ 그래서 폐목재와 같은 비식용 바이오매스로부터 얻어지는 포도당으로부터 디젤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을 몇 년 전에 개발을 했어요. 지금도 그것은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고, 가솔린은 저희가 학문적으로는 보여줬지만 이제 더 이상은 안 해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효율이 생각보다 안 올라가요. 예를 들면 가솔린을 우리가 주유소에서 넣는데 리터 당 2500만 원이다 하면 누가 넣을 수 있겠어요? 차 값인데😅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어차피 전기차 쪽으로 이미 바뀌고 있으니까 그쪽은 하지 않고 있고요. 디젤은 화물운송 등 헤비듀티[6]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는 어차피 써야 하니까 그래서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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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06년부터 정부가 바이오디젤을 경유와 혼합 사용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며 2015년부터 강제성을 띤 신재생연료 의무혼합제(RFS)를 도입하여 바이오디젤 혼합 비율을 2.5%로 높였다. 2018년 비율이 3.0%로 올랐고 현재는 3.5%로 매년 0.5%씩 높아지게 해 2030년까지 8% 상향을 목표로 하고 있다.
[5] '바이오매스'란 원래 "생물량"이라는 생태학적 용어였으나 현재는 에너지화할 수 있는 생물체량이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녹색식물은 태양에너지를 받아 물과 탄산가스를 이용하여 전분, 당 또는 섬유소를 합성하고 이를 식물에 저장한다. 동물은 식물을 먹고 자라며 동식물은 미생물에 의하여 종국적으로 탄산가스와 물 등의 무기물로 분해되어 하나의 순환과정을 형성한다. 이러한 생태계의 순환과정 중에 관련된 모든 "유기체"를 일컬어 바이오매스라 하며 이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식물 자원이다.
[6] 헤비듀티의 사전적 의미는 튼튼함을 의미하며 거친 환경에서 일한다는 의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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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는 석유 화학 중에 플라스틱이 굉장히 중요한데, 플라스틱 종류가 굉장히 많아요. 강철보다 강한 플라스틱도 있고 페트병처럼 그냥 한번 쓰고 버리는 것도 있고 SDF에서 발표한 것은 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7]’을 얘기했었는데요. 그게 쓰여야 되는 곳도 있지만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범용으로는 못 써요. 예를 들면 촬영 감독님 저 카메라를 나는 환경을 아끼기 위해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든 카메라를 쓴다 그래서 5백만 원을 주고 샀는데 일주일 있다가 보니까 썩었다 그러면 안 되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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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박테리아나 살아있는 유기체에 의해 분해될 수 있는 플라스틱을 지칭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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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의 특징은 가볍고, 물성이 뛰어나고, 값이 싸고, 썩지 않고, 가공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된다는 다섯 가지가 있는데요. 그런데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이유는 화석연료로부터 만들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또 싸서 많이 쓰고 하찮게 버리는데 안 썩어서 문제지요. 그래서 플라스틱을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으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를 지난 15년간 해왔습니다.
다양한 석유원료들을 석유화학으로부터 얻는 게 아니라 포도당 같은 바이오로부터 얻는 거죠. 그런 연구에 무지하게 저희가 점을 찍었고요. 저희가 그렇게 워낙 많이 만들어 내다보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저명하다고 평가되는 영국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서 몇 년 전 ‘원래 생물체에서 일어나는 대사와 저희가 대사 반응을 통해 만들 수 있는 화학물질들을 좀 정리해 보자’ 해서 소위 ‘바이오 기반 화학물질의 구글 맵’이라는 것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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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처’와 작업한 바이오 기반 화학물질의 구글 맵,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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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한 소위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바이오 기반 화학을 말씀드렸고요.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사람의 ‘건강’입니다.
예를 들면 피부 노화를 보호하기 위해 항산화가 중요한데, 100만 원짜리 크림을 바르는 것보다 토마토를 먹는 게 더 좋거든요. 그런데 효과가 있으려면 토마토를 몇 트럭을 먹어야 하나 하다가 박테리아로 토마토에 빨간색을 내는 ‘라이코펜’을 엄청나게 만들었습니다. 보통 토마토는 기르는데 50일이 걸리는데 저희는 48시간 안에 발효기에서 만들었는데, 토마토 5톤 트럭 싣고 온 양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정제해서 알약 같은 것으로 먹을 수 있게 해 한 번에 큰 효과를 낼 수 있게 하자 이런 연구도 하고요. 항산화 작용의 두 쌍두마차가 ‘라이코펜’과 크릴새우의 주황색인 ‘아스타잔틴’인데요. 그것도 만들기 어려웠는데 몇 년 전에 발효로 효율적으로 생산했습니다. 결국 그러니까 항상 모든 것이 시작은 ‘문제’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리고 한 스텝 더 나가서 큰 문제만 본 게 아니라 생활밀착형 작은 이슈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출장 갔을 때 우연히 약을 사러 갔다가 아이들 감기약을 보게 됐는데, 보통 잘 먹게 하려고 넣는 향이 포도향인데 보니까 석유에서 만든 화학물질이더라고요. 우리가 그동안 모르고 애들한테 석유를 먹이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이것은 아니다 싶어 그것도 발효로 만들었습니다. 말은 이렇게 쉽게 하지만 쉽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이것도 5년 연구해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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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왕립학회 회원 가입식에서 헌장에 이름 적는 이상엽 교수, 2022년 / 헌장에 ‘뉴튼’의 서명도 보인다. ⓒ영국왕립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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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연구실은 실험을 하는 웻팀과 컴퓨터만 가지고 하는 인실리코팀이 있는데, 코로나가 터졌을 때 인실리코팀장에게 전화해서 우리가 알고리즘을 써서 도움을 줘보자 해서 들여다본 게 보통 65세 넘는 사람은 하루에 평균 다섯 종류의 약을 먹습니다. 다 임상적으로 허가를 받은 약인데, 문제는 섞어서 먹어도 되는지에 대한 결과가 많지가 않아요. 1년에 그 이슈로 죽는 사람이 미국에서만 10만 명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인공지능으로 전 세계 부작용 데이터를 모아보니 14만 가지가 되더라고요. 그런데 두 개만 섞어 먹어도 나오는 상호작용이 240만 가지예요. 그런데 지금 코로나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인 팍스로이드는 보통 기저질환자나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주잖아요. 그들은 이미 먹고 있는 약이 있는 분들이거든요. 그래서 14만 가지 부작용을 딥러닝으로 훈련시킨 뒤 240만 조합을 다 넣어서 48만 가지의 부작용을 86가지의 부작용 타입으로 뿌려 팍스로이드랑 적용해 제시했습니다. 우리는 과학자니까 임상실험까지 할 수는 없지만 얘는 먹으면 심장 독성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라고 예측해 줬으면 이것 말고 이왕이면 그런 부작용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조합으로 먹는 게 좋잖아요. 의사들이 처방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되기를 원했던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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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치료제인 팍스로이드와 같이 먹었을 때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약물 제시 연구, 2023년, 이상엽 교수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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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실제 상용화는 어느 정도 단계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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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핵심 문제인데요. 30년을 넘게 이렇게 연구를 하니까 학문적으로는 우리나라 ‘대사공학’이 탑에 있을 만큼 기여를 했습니다. 훌륭한 제자들도 많이 키워서 각계각층에서 활약을 하고 있고요. 앞으로 남은 기간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해 보면, 한 두 개 정도는 내가 만든 것으로 공장 돌아가는 것을 봤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갖고 그렇지 않아도 그쪽으로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새로운 발견과 제일 앞에 막 끌고 나가는 연구가 100이었다면 지금은 70 정도 하고요. 이미 우리 학생들이 세계 최초이면서 세계 최고를 추구하니까 그것은 해야 하는데 그래도 30 정도는 공장을 지어야 되겠다는 연구를 그렇지 않아도 합니다. 회사 프로젝트로 하기도 하고, 산학협력을 하기도 하고, 국책과제를 받기도 하는데요. 원유는 그렇게 좋은 구조를 가진 것이 저렇게 싼 가격에 얻을 수 있는 게 장점이거든요. 바이오는 뭐 잡초 이런 거 공짜 같지만 수거도 해야 하고, 분해해서 포도당도 만들고 하려면 돈이 꽤 들어가야 합니다. 이게 상용화가 빨리빨리 안 되는 이유가 가격 경쟁력이 없어서인데요. 미생물 공장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서 어떻게든지 원유 근처까지만 와주면 소비자들도 워낙 스마트하고 지구환경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써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하는 것 중에 폴리에스터 그다음에 페트(PET)[8]의 유사물질 이런 것은 저희가 명실상부 세계 최고입니다. 제가 그때 SDF에서 말했던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도 CJ제일제당에서 만들어서 상용화했었고요. 제 것이랑 똑같은 것은 아닌데 상용화해서 인도네시아에서 연 5천 톤 생산하고 확장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유럽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규제’도 들어오고 탄소중립 이슈 때문에 탄소세, 국경세 이런 것들이 다 지금 액션으로 나오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바이오로 전환을 안 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실제 제 방에서 석∙박사 학위 받은 학생들이 상종가를 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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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페트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Polyethylene terephthalate)로 음료수 병 등의 제조에 쓰이는 합성수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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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렇게 앞서 가는 연구를 규제라든지 아직 제도가 따라가지 못해 발목을 잡는 것은 없는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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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이머징 테크놀로지’[9]는 봐야 될 부분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기술은 좋은데 사업이 망해서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규제 때문에 바이오만 그런 것은 아니고 이슈가 되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또 하나는 ‘듀얼 유즈’라고 해서 이롭게 쓰기 위해 만들었지만 악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희 연구 개발하는 사람들은 ‘연구 윤리’나 소위 ‘바이오 안전’ 같은 것을 굉장히 강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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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머징 테크놀로지’는 실용화가 기대되고 있는 개발도상의 기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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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전에는 장래희망이 ‘과학자’가 참 많았는데, 이제는 ‘의사’를 더 희망하는 것 같아요. 이런 세태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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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는 굉장히 오랜 기간 ‘의사과학자’를 강조해 왔어요. ‘의사과학자’는 임상을 해서 환자를 보는 게 아니라 의학적 지식을 가지고 과학을 하는 거예요. 신약도 만들고요. 저 같은 공학자는 인체의 신비를 모르니까 의사하고 코웍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한 사람이 둘 다 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효율이 낫겠죠. 그래서 카이스트는 의과학 대학원을 오래전에 만들었는데 이런 데서 배출되는 ‘의사과학자’들이 많아져야 우리나라가 소위 ‘바이오 의료 강국’이 되는 거죠. 의사 선생님들은 대부분 임상서비스를 하시니까 약을 만들거나 해서 새로운 국부 창출을 하는 데에는 기여하기가 쉽지 않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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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리가 반도체에만 계속 의존해서는 너무 나라의 앞날이 등불처럼 왔다 갔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한 두 개 전략 기술은 더 확보해야 되잖아요? 정부도 얼마 전 12개 전략 기술을 발표했는데 거기에도 ‘첨단 바이오’가 포함돼 있습니다. 하여튼 요약하면 지금은 아직 걱정이 많지 않지만 너무 의대로 쏠린다는 생각은 들고요. 지금 같은 전환기에 ‘직업안전성’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부모님과 선생님들, 언론이 더 적극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역할을 해줘야 한다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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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은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쉽지 않은 길이잖아요. 교수님은 ‘연금술사’라고도 불리던데 생각하시는 것들을 이렇게 딱 만들어내는 입장에서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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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죠. 잘됐으니까 재밌는데, 그동안 저라고 다 잘되기만 했겠어요? 안되면 괴롭죠. 학생은 더 괴롭고 그 학생 보면 더 괴롭고… 그런데 더 파서 해냈을 때는 10배의 희열이 오곤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못할 정도면 전 세계 누가 해도 못한다는 자부심도 있고, 실제 되면 우리가 또 ‘세계 최초’가 되는 거죠. 그런데 정말 안될 때는 방향을 틀기도 해요. 우리가 워낙 어려운 주제를 잡기 때문에 다른 것으로 눈을 돌리기도 하죠.
실제 우리나라가 이제는 직접 개척해 가는 분야들의 연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정부에서도 최근 ‘한계 도전형 R&D’라고 해서 실패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한계를 도전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10]으로 가는 과제들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은 내용들 모이면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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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큰 위험을 감수할수록 더 큰 보상을 받는다는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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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엄청난 열정과 자부심을 가진 국내의 세계최고 과학자를 만나게 되니 저희도 인터뷰 내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흔치 않게 우리 팀원 모두가 교수팀께 인터뷰 끝나고 사진도 찍고 싶다고 제안드렸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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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교수님께 연구자들이 볼 때 심각한 이슈인데 아직 우리 사회가 덜 관심을 갖는 화두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거대 화두에서부터 본다면 첫 번째는 ‘기후 위기’, 그다음은 ‘고령화 시대의 건강의 이슈’, 그리고 코로나 펜데믹처럼 전 세계의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항생제의 내성문제’라면서 꼭 들여다봐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체불가 토큰(NFT) 말고 ‘대체불가테크놀로지’에 관심을 가져야 우리처럼 강대국에 둘러싸인 조그만 나라가 무시를 받지 못한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어떻게 보면 지금은 누가 공격하려고 하면 전세계 반도체가 박살이 날 수 있기 때문에 보호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반도체 외에 우리가 더 키워야 할 주력 전략 기술은 과연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이제 다시 과학자들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펼쳐지는 것은 아닐지 하는 기대감마저 들기 시작했습니다.
(글: 미래팀 이정애 기자, ca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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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 : 알아주는 SF 덕후입니다. 디지털 기기의 노예의 하나로 살아가고 있으며 기술의 변화가 인간의 뇌와 내면, 그리고 사회 제도에 끼치는 영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미래팀에서 구독자님들과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2014년부터 기자생활을 시작해 그동안 사건, 법조, 교육, 탐사보도부, 정당, 통일·외교 분야의 건조한 기사를 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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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담대한 도전 SBS SDF │ sdf@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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