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쏘아 올린 ‘생성형 AI 빅뱅’이 한창이던 지난 4월,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수천 명의 명사가 동의 서명한 미국의 비영리단체 '삶의 미래 연구소' 공개서한이 나왔습니다. 인류의 안전을 책임질 규제가 마련될 때까지 강력한 AI 개발을 다 같이 멈추자는 제안이었죠. AI 개발을 이끄는 테크 업계에선 곧장 반발이 나왔습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와 피차르 순다이 구글 CEO가 이를 현실적이지 않은 아이디어로 일축했고 학계의 다른 많은 전문가들도 저마다 찬반 의견을 내놓으면서 논쟁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생겨날 때마다 이를 어떻게 규제할지 놓고 격렬한 논쟁이 붙는 건 드문 일이 아닙니다. 최근 우리나라 대한상공회의소가 규제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올해 시급한 규제개선 분야 2위 자리에, 규제가 기술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신산업 규제(21.9%)’가 꼽혔거든요. 1위가 ‘갈등 규제’였던 걸 감안하면 구산업과 신산업간 갈등, 또 규제공백 상태에 놓인 신산업에 대한 고민처럼, 기술 진보에 따른 사회 변화를 제도가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논의하는 게 우리에게도 당면한 화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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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난 3월 미래팀이 전한 첫 규제 이야기( 기정학 시대! '규제'가 영민해지기 위한 조건)에 이어, 새 시대에 필요한 규제의 모습을 짚어보는 규제 이야기 심화편을 마련했습니다. 학계, 정부, 연구원 등 전문가들이 한 데 모여 규제를 연구하는 한국규제학회, 정부 규제를 연구하고 분석, 검토하는 한국행정연구원를 직접 찾아 자문한 내용을 종합해 질문 답변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한국규제학회에서는 이혜영 광운대 상담복지정책대학원 원장과 최성락 SR경제연구소 소장이, 한국행정연구원에서는 원소연 규제정책연구실장과 이민호 선임연구위원이 큰 도움을 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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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이미지 생성 AI 베타 버전인 '비 에디트'를 통해 규제라는 장벽 앞에서 고심하는 사람의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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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I, 탈세계화, 기후변화 같은 복합위기 속에서 경제 생태계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존 질서를 전제로 만들어진 법과 제도, 각종 규제들을 새 시대에 맞게 정비해야 된단 목소리가 커지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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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개혁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먼저 규제의 본질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규제라는 것은 쉽게 말해 자원의 배분 문제입니다. 규제를 통해 누구에게 얼마나 비용을 치르게 해서, 누구에게 얼마나 편익을 누리게 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예컨대 기업에 비용을 치르게 해서 소비자가 안전한 성분의 제품이란 편익을 누리게 하거나, 신산업이 치르는 비용으로 기존 산업 종사자들에게 고용 안전이란 편익을 누리게 하거나 하는 식입니다. 규제는 한정된 사회적 자원을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정하는 일종의 가치관, 또 정치적 신념의 문제이기 때문에 무엇이 나쁜 규제다, 낡은 규제다, 딱 잘라 정의하기는 매우 까다롭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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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런데 시대가 바뀌면 자원을 배분하는 규칙 역시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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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규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생물입니다.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라, 또 정부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어떤 규제가 필요하다, 라는 합의된 생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개별 행위자의 입장에선 그때 그때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규제가 바뀌길 바라겠죠. 어떤 시대에 어떤 규제가 필요하다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①이미 만든 규제가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 ②무엇을 위해 비용을 얼마나 들일 용의가 있는지 사회적 합의가 있느냐, ③규제를 집행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는가 이 세 가지 관점에서 봤을 때 문제가 있다면 분명 고쳐야 되는 규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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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나라 규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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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언급한 3가지 측면에서 모두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때 그때 언 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규제를 만든 탓에 누더기 규제들이 생겨났어요. 또 사고가 나면 면밀한 규제 편익 비용 분석 없이 여론에 등 떠밀려 당위론적으로 규제가 양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법 실적이 과열된 의원 입법도 규제를 일단 만들어내는 데에만 집중하는 실정이지요. 어떤 규제가 좋다, 나쁘다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만든 목적을 위해 기능해야 할 규제가 그 목적 달성에 효과가 없다면, 혹은 그 목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건 잘못된 규제다, 라고 할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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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게 규제가 많이 양산되고 있는데도, 만들어진 규제가 신 산업의 속도를 쫓아가지 못 하고 있는 건 아이러니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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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실 새로운 산업에겐 오히려 규제를 빨리 만들어 주는 것 자체가 규제 완화의 효과를 줄 때가 있어요. 예컨대 로봇산업 규제 혁신 중 하나로 꼽히는 게 ‘배달 로봇의 승강기 탑승을 위해 필요한 안전 요구사항에 관한 국가표준(KS)’ 제정 작업인데요. 언뜻 보면 새 안전 규제를 만드는 것 같지만, 그 동안 배달로봇 관련 규제가 전무했기 때문에 기존의 규제(승강기안전기준)로는 배달로봇이 엘리베이터 탑승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불편을 겪었습니다. 생성형 AI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저작권 기준이라든지, 윤리 기준 같은 규제의 부재로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는 게 같은 맥락이지요. 신기술은 국제 표준도 없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 유럽이 주도하는 기준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늘 팔로워밖에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최근 ‘애자일 거버넌스’[1]가 규제와 관련해 떠오르는 연구 화두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기민하고 민첩하게 제도를 만든 뒤 피드백을 거쳐 수정하고 보완해나가는 게 중요해진다는 것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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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애자일 거버넌스 : 짧은 주기의 실행과 피드백을 반복하며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영 전략을 의미하는 '애자일'과 공공 경영, 행정을 의미하는 '거버넌스'를 합친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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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SBS 8뉴스에서는 배달 로봇과 관련한 법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다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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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규제를 많이 만들면서도 왜 신 산업 관련 규제를 만드는 데는 뒤처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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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와 관련해 영미권과 우리나라 간 근본적인 제도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요. 미국과 영국 등 대다수 영미권 국가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어요. 한 마디로 이거 이거만 제외하고 다 하라고 풀어주는 방식이고요. 우리나라는 이거 이거만 해, 라고 지정해주는 포지티브 방식인 겁니다. 사실상 모든 분야의 샌드박스화[2]라고 볼 수 있죠. 독일과 일본, 한국이 이런 식입니다. 이건 법 체계와도 연관이 돼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사고가 터지면 소비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제대로 마련이 안 돼 있습니다. 또 보험업 규제 때문에 사업자가 사고 터졌을 때를 대비해서 보상 보험 드는 것도 안 되고요. 미국은 자유롭게 사업하되 일 터지면 소비자에게 막대한 금액을 징벌적으로 배상하도록 법 체계가 되어 있습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사업자 대상 보험업도 성행하죠. 우리는 사업 시작 단계에서 깐깐하게 보는 반면 영미권은 사업할 때의 족쇄는 풀어주되 사후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식으로 근본 체질이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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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모든 분야의 샌드박스화 : 사업자가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을 출시하면, 기존 규제를 유예해 일정 기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 빗대 우리나라의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설명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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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과잉 규제, 효과 없는 규제... 이런 것들은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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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이후 규제개혁위원회가 처음 만들어진 이래로 오랜 노력 끝에 중복 규제 부분은 많이 개선된 편이에요. 하지만 과잉 규제나 효과 없는 규제들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규제를 했을 때 드는 비용과 그로 인한 편익을 분석해 효과 없는 규제를 없애는 식으로 규제 품질을 개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현재의 규제 영향 분석은 정부 각 부처가 자체적으로 한 뒤, 연구 기관(한국행정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과 규제개혁위원회 검토를 거치는데요. 만들어지는 규제가 워낙 많다 보니 이 절차가 요식 행위에 그칠 때가 많습니다. 또 분석할 때 비용은 과소 계산하고 편익은 감정에 호소하는 경향이 있어요. 때문에 이 분석을 보다 내실 있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스크를 측정하고, 그 리스크가 어느 범위까지 수용 가능한지, 어떤 집단에게 위험한지, 그 비용이 어떤 범주를 넘어설 때 규제를 할 것인지 등 철저하게 데이터화해서 이를 바탕으로 ‘위험 측정 규제(Risk-based-Regulation)’를 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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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규제의 비용과 편익, 혹은 사회적 위험성을 분석할 때, 예컨대 안전의 비용이라든가, 생명의 비용 같은 사회적 가치를 계산하는 가중치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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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합의된 기준이 있긴 해요.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비용을 어떻게 산정할 것이냐, 어디에 더 가치를 둘 것이냐 등에 이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규제 영향 분석을 하는 것만으로는 규제의 품질을 높이기가 어렵죠. 또 규제 강화/규제 완화의 효과를 수치로 완벽하게 측정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어요. 예를 들어 신 산업에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건 규제를 풀고 국가가 돈도 주는 건데, 단기적으로는 산업이 활성화 되는 듯 보이지만 지원금을 노리는 허수도 많고 장기적으로 경제적 파급효과도 없는 것으로 드러날 때가 많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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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데이터 기반의 분석과 더불어, 규제를 만들 때 이해관계자 협의를 더 강화해서 규제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논의도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85년에 시작돼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 ‘빈 용기 보증금 제도’를 보면, 규제 영향 분석 보고서에 "이해 당사자의 의견이 없었다"고 돼 있는데요. 의견이 없으면 안 되는 겁니다. 편의점 업주들 의견 뿐 아니라 재생업자라든지, 공병 업자라든지 훨씬 폭 넓게 의견을 들을 수가 있거든요. 이 때 담당 공무원은 단순히 의견을 수렴하는 게 아니라 규제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각 부처에 규제 업무를 하는 공무원들은 규제 분야에 있어 전문성이 떨어지는 순환 보직일 뿐만 아니라 이해 관계자 컨설팅을 어떤 형식으로 해야 될지, 부처 협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주먹구구식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 부분 역시 개선이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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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를 개선하는 방식에 대해 규제학회와 한국행정연구원은 각각 조금 다른 해법에 방점을 두고 있었는데요. 규제학회에서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위험 측정 규제 방식과 규제 비용-편익 분석의 내실화를 강조했습니다. 지금처럼 사건 사고가 터졌을 때 여론에 몰려 마구잡이로 규제를 만들어내는 식이면 안 된다는 취지였죠. 반면 한국행정연구원은 규제의 비용과 효과를 수치로 측정해 평가한다는 접근에는 다소 거리를 뒀습니다. 수치 측정에 고려되지 못하는 간접적 요인들, 제3의 변수들이 간과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수치를 정확하게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본 거죠. 그 대신 규제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재량권을 부여해 규제에 연관된 관계자들을 폭넓게 만날 것, 그래서 규제와 실제 산업 현장의 괴리를 최소화하는 컨설테이션(협의) 역할을 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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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의원 입법이 과도한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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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안이 터졌을 때 입법부가 입법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과도한 측면은 분명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사건 사고 직후 경쟁적으로 법안이 중복 발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원실 실적이 되고 발의 절차도 정부 입법에 비해 간단하기 때문이죠. 시행령으로 해도 되는 걸 입법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요. 규제 연구하는 쪽에선 의원 입법은 양이 너무 많아서 검토하기에 도저히 손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까지 얘기합니다. 또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서는 공무원도 건드리기 싫어하고요. 때문에 누더기가 된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원입법에 대한 영향 평가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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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하면 17대 국회 기준 5,728건이었던 의원 발의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2만1,594건으로 급증한 데다 현 21대 국회에선 지난달까지 1만9,563건이 접수됐습니다. 의원입법 과잉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에 국회에서도 자체적으로 법안 발의 절차를 보완하는 국회법 개정 작업[3]을 논의하고 있고요. 국회가 규제 법안을 심사할 때는 반드시 ‘규제영향분석’을 실시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여야 모두가 발의해 놓은 상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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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회사무처는 의원 발의 법안이 법제실을 경유하도록 하고, 발의 준비과정이 담긴 제안경과서 역시 법안 제출 때 함께 수록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 작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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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문제라는 것이 고르디우스 매듭 끊기 식으로 이렇게 단칼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여러 자문을 구한 끝에 ‘누군가의 비용으로, 누군가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일’이라는 규제의 본질적 속성을 다시 한 번 돌아가게 됐습니다. 누군가의 것을 뺏어서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 규제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규제에 대한 논의가 타다, 로톡, 원격의료 논쟁처럼 필연적으로 사회적 갈등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이유, 누군가에게 낡은 규제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규제로 여겨지는 이유가 바로 이런 규제의 속성 때문이겠지요. 결국은 한정된 자원을 누구에게 어떻게 나눌 것인지로 귀결되는 문제입니다.
저는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규제 품질을 높이기 위한 여러 보완책 가운데 이해 관계자 협의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에 크게 공감이 갔습니다. 규제를 만들면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게 불가능한 일이라면 규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관계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현장에 규제를 안착시킬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요. 단순히 의견을 수렴하는 데서 나아가 현장에 규제를 컨설팅하는 역할까지 정부가 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산업 현장, 민생에 밀착한 규제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마땅한 정부의 역할이기도 할 것이겠고요.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 규제에 권위가 부여되면 준수율 또한 높아질 수 있겠죠. 물론 이를 위해선 담당 공무원의 재량과 전문성이 높아져야 하는 등 만만찮은 선결 과제도 있을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또 국회의원의 입법권 남용 역시 과잉 규제의 핵심 원인이라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는데요. 특히 의원이 만드는 법이니 정부 입법 규제보다도 견제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게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두고 최근 국회에서 규제 영향 분석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내거나 법안 발의 절차를 보완하는 등 자정의 노력을 시작했다고 하니, 이 문제는 앞으로도 미래팀에서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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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미래팀 김민정 기자, compass@s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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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수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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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 : 알아주는 SF 덕후입니다. 디지털 기기의 노예의 하나로 살아가고 있으며 기술의 변화가 인간의 뇌와 내면, 그리고 사회 제도에 끼치는 영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미래팀에서 구독자님들과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2014년부터 기자생활을 시작해 그동안 사건, 법조, 교육, 탐사보도부, 정당, 통일·외교 분야의 건조한 기사를 주로 썼습니다.
최예진 작가 : 시사, 뉴스, 선거 방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경험했고 2018년부터 D포럼을 기획‧구성하고 있습니다. 지식 포럼을 조금 더 대중 친화적으로, ‘가까이 와닿는’ 포럼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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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담대한 도전 SBS SDF │ sdf@sbs.co.kr
서울시 양천구 목동서로 161 SBS방송센터 보도본부 논설위원실 미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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