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초가 되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쏠립니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를 통해 전 세계 기술과 산업의 향방을 모색하기 위해서인데요. 특히 올해는 AI 반도체의 선두주자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이 포럼의 기조연사로 나서 ‘피지컬 AI’[1]에 대해 언급해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
|
|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이 AI가 탑재된 로봇 기술인 ‘피지컬 AI'에 대해 언급하는 CES 2025 장면>
© NVIDIA - CES2025
|
|
|
그런데 이후 1월 말 ‘제2의 스푸트니크’라 불리는 중국의 저비용∙고효율∙개방형 생성 AI 모델 ‘딥시크’가 등장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관세 보호주의 정책이 강화되면서 기술산업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CES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 CTA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해 2월 사장으로 취임한 킨제이 파브리지오 CTA 사장을 화상으로 만났습니다.
|
|
|
[1] ‘피지컬 AI’란 소프트웨어 AI를 넘어 로봇, 스마트 기기 등 물리적 환경에 적용하는 AI기술을 의미한다. SDF에서는 지난해 20주년을 맞아 과거 연사들을 인터뷰한 ‘미래를 본 사람들’ 시리즈 중 김상배 MIT 기계공학과 교수 편에서 ‘피지컬 AI’의 개념을 소개했다. 👉(클릭!)
|
|
|
Q. 먼저 이렇게 뵙게 돼서 감사합니다. CES는 한국에서도 유명하지만 CTA는 잘 모르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요. 어떻게 연계되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
|
|
안녕하세요? CTA 사장 킨제이 파브리지오입니다. CTA는 기술산업 전반을 대표하는 소비자기술협회(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입니다. 혁신을 촉진하고 기술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저희의 사명입니다. 무역협회를 통해 업계를 대변하고, 로비 및 옹호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시장 조사를 하고 기술 표준을 만듭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만나고 기업가와 투자자들이 네트워킹할 수 있게 연중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 산업계의 장인 CES도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1월 초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데요. 전 세계가 혁신과 기술, 그리고 인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
|
|
<지난 12일 인터뷰 중인 CTA 킨제이 파브리지오 사장과 SBS 이정애 미래부장>
|
|
|
네, 그렇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지난해 100년을 맞았습니다. 1924년 라디오 제조협회로 시작했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와 특허문제, 법률문제로 힘겨루기를 하던 라디오 제조 기업들을 시카고로 모이게 해서 같이 해법을 모색한 것이 그 시작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AI에서부터 디지털 헬스, 가전, 모빌리티 솔루션까지 모든 기술기업을 망라합니다. 규모에 상관없이 1300개 기업들이 산업의 진흥을 위해 같이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연중 개최하는 CES는 1967년 뉴욕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가전 회사들이 자신의 신제품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다른 산업과 미디어에 선보이기 시작한 게 그 시초였습니다. 그러다 1971년 시카고로 장소를 옮겼고 1978년부터 지금까지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CES 첫 해에 117개의 전시를 하면서 1만 7천5백 명이 참가를 했는데 올해 2025년에는 4500개 전시에 14만천 명이 함께 했습니다.
|
|
|
<CTA는 1924년 라디오제조협회로 시작, 1967년 첫 CES 개최(위 오른쪽 사진),
밑의 사진은 1982년 CES 사진> © CES 👉(클릭!)
|
|
|
Q. CES는 소비자 가전 쇼(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약자로 알고 있는데요. 목적이 무엇인가요? |
|
|
전 세계 각종 산업의 리더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해서 실제 비즈니스가 이뤄지게 하는 것이 저희의 미션입니다. 미래 기술과 연관된 기업이라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든, 다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든 상관없습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AI 등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소비자 가전의 분야를 넘어선 지는 오래됐습니다. 그래서 저희 명칭도 이제는 소비자 가전 쇼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CES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참여한 14만천 명 가운데 40%가 해외에서 참여한 분들입니다. 150개국에서 참여를 했는데요. 특히 올해 한국에서 참여한 기업 가운데서는 가장 앞선 AI 메모리 기술을 선보인 SK와 초현실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보인 롯데가 특히 돋보였습니다.
|
|
|
<CES2025 SK전시관 입구 ‘혁신의 문’(위),
및 메모리 기술 관련 부스에 전시된 하이닉스 HBM3E 실물(아래 왼쪽)>
|
|
|
<CES2025에 선보인 롯데의 초현실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인 ‘칼리버스’>
|
|
|
Q. 올해는 특히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의 기조연설이 큰 화제가 됐는데요.
|
|
|
네, 엔비디아는 저희 CTA의 회원사이기도 하고요. 지난 8년간 엔비디아가 AI분야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기 때문에 2017년에 이어 다시 한번 최고경영자 젠슨 황을 기조연사로 모셨습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을 CES포럼의 기조연사 모신 것은 특히 지금의 최첨단 기술 혁신이 소비자 가전뿐 아니라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 대 기업) 기업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기조연설에서 그는 현재 많은 기업이 고민하고 있는 AI 혁신을 통해 소비자 및 비즈니스 인프라를 발전시킨 성과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어떻게 생산성을 더 높일 것인지, 어떻게 더 효율성을 담보할 것인지, 어떻게 기존의 문제들을 해결할 것인지를 설파했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GPU, 새로운 컴퓨터와 칩을 통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실제 사례와 솔루션을 보여주었습니다. 90분 강연이었는데 6000명이 꽉 찬 인기 세션이었습니다.
|
|
|
Q. 중국의 ‘딥시크’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
|
|
'딥 시크'와 같은 기술의 등장은 AI의 빠른 발전, 그리고 비즈니스와 일상생활에 미치는 AI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CES에서도 많은 혁신 기업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그런 관점에서 제가 가장 주목한 분야 중 하나가 CES 혁신상 부문입니다. 올해 혁신상 부문에는 AI관련 출품이 가장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AI로 구동되는 건강 모니터링 웨어러블 기기도 있었고 로봇공학에 AI를 활용한 물류재고 파악 로봇도 있었습니다. 혁신상 프로그램에 AI 제품의 성장을 보면 이 부문에서 얼마나 많은 혁신과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
|
|
Q. 올해 CES가 한 달쯤 지났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
|
|
가장 먼저는 역시 AI에 대해 언급하고 싶습니다. AI가 이제는 단순한 제품을 넘어서 모든 산업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일하는 방식, 주변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차세대 기술의 물결을 주도할 근본적인 요소입니다.
그 외에는 양자 컴퓨팅이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 성장하고 현실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에서 올해를 '국제 양자 과학 기술의 해'로 선포했는데요. 그래서 이번 CES에서도 ‘퀀텀 월드 콩그레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반나절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CES25에서는 양자를 살짝 엿봤지만 계속 확장되고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카테고리입니다. 개인들이 조만간 집에서 양자 컴퓨터를 갖게 되지는 않겠지만, 우주항공이나 운송, 바이오테크 분야 등에 양자가 활용되고 양자가 주요 문제를 해결하며 혁신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
|
|
Q.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시행하기 시작한 고관세 정책이 테크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요?
|
|
|
관세는 큰 문제입니다. 결국 미국 소비자들이 그 피해를 안게 될 것입니다. 캐나다, 중국,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면, 기술 제품, 자동차 제조업, 그리고 서비스 분야의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이 초래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는 심각한 문제이며 우리는 관세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관세를 잘못 이용하면 우방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관계도 악화되고 수십 년간 미국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글로벌 무역 시스템이 약화될 것입니다.
이런 관세 위협이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 특히 한국과 같은 소중한 동맹국에게까지 계속된다면, 외교, 국가 안보,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저희 CTA는 관세와 비용이 큰 무역 분쟁 대신 핵심 교역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자유무역협정(FTA)에 투자하며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
|
<CTA CEO이자 부회장인 게리 샤피로가 지난해 말 출간한 책 ‘피봇 하거나 죽거나(Pivot or Die) © CES >
|
|
|
끝으로 어떤 기술은 등장하면 확산이 되는데 어떤 기술은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비밀을 찾았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킨제이 파브리지오 CTA 사장은 기술의 성공은 단순히 기술 개발에만 달려 있지 않고 변화하는 시장의 수요와 소비자 요구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연하게 대응해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능력, 즉 '피봇'이야말로 지금 같은 변화하는 시대에 리더와 조직이 성장하고 번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새삼 피봇은 어디까지 가능한 지 궁금해졌습니다.
|
|
|
글: 이정애 기자, calee@sbs.co.kr |
|
|
SDF 다이어리는 SDF 참가자 중 수신 동의하신 분들과 SDF 다이어리를 구독한 분들께 발송되었습니다.
|
|
|
이정애 기자 :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믿으며 SBS D포럼을 총괄 기획해 오고 있습니다.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 시사고발프로그램 ‘뉴스추적’ 등을 거쳤으며 2005년부터 ‘미래부’에서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떻게 다르게 같이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해 오고 있습니다.
류란 기자 : 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한 사회 변화에 관심 있습니다.
정준기 PD : 프로듀서로서 TV와 온라인, 제작과 마케팅의 길을 두루두루 거쳐 2025년부터 SDF에 둥지를 트게 되었습니다. 제작 사업의 다양한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최고의 브랜드 SDF를 한층 더 멋지게 빛내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Cool SDF~~!!
박준석 프로그램 매니저 : Welcome to the home of feel-good thinking! SDF의 글로벌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임세종 촬영감독 : 현재 SDF 팀의 촬영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협업을 중요시하는 프리랜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보연 아트디렉터 : SDF의 그래픽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SDF의 지식을 레터와 콘텐츠를 통해 많은분들과 공유하고 공감하고 싶습니다.
|
|
|
미래를 여는 담대한 도전 SBS SDF │ sdf@sbs.co.kr
서울시 양천구 목동서로 161 SBS방송센터 보도본부 논설위원실 미래팀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