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중국 상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리창 총리는 세계 AI협력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리창 총리는 “국제사회에 더 많은 ‘중국의 방안’을 제공하고 세계 AI 거버넌스에 더 많은 ‘중국의 지혜’를 공헌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 마디로 국제 사회의 AI 규범과 틀을 중국이 만들겠단 겁니다.
이혜민 전 G20 대사는 “국제 협력 체제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앞서 나가는 국가들이 AI 등 신생 분야의 규범을 만들고 있다”며 “그러면 우리 기업들은 거기에 맞춰 대응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AI 강국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미국, 권력 재편을 시도하는 중국, 두 국가 사이에서 한국은 한참 뒤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새 정부의 슬로건대로 AI 3강으로 올라서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할지 백서인 한양대 글로벌 문화통상학부 교수에게 물어봤습니다. 중국 광둥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백 교수는 베이징 칭화대에서 정밀기계 공학을 전공, KAIST에서 기술경영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한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을 거쳐 한양대학교 에리카 중국학과 및 로봇공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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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한양대 글로벌 문화통상학부 백서인 교수와의 일문일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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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단과학 기술 분야, 특히 AI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한참 뒤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어떤 지표를 보면 알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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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중국이 미국 대비 잘하고 있는 건 ‘응용’ 분야이고요. 눈여겨봐야 할 만한 지표는 먼저 최근에 나온 주요 논문에 중국계, 혹은 중국인 저자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특허 지표입니다. 생성형 AI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특허를 많이 내고 있어 우리 기업들이 경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AI 분야 전 수치로 봐도 벌어진 지가 오래됐습니다. 논문, 특허 이외에도 사업화 규모, 벤처 캐피털 수, AI 스타트업들의 IPO 등이 한국과 아예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미국, 중국이라는 1등 그룹이 있고 한참 차이 나는 3등 그룹 어딘가에 한국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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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언제부터 이런 차이가 벌어졌다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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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AI 분야에서 국가 차원의 지원을 시작한 지는 7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2017년 중국 정부는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발표하며 AI를 국가 핵심 산업으로 지정했습니다.(※2030년까지 중국의 AI 이론, 기술, 응용 분야가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하도록 하는 계획) 이후 적게는 1조 많게는 6조 정도 매년 R&D 지원이 이뤄져 왔습니다. 주요 제품이 개발됐을 때 중국 시장에서 우선적으로 도입할 수 있게 하는 시장 수요 연결 정책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또 2015년을 전후로 ‘중국 제조 2025’ 등의 정책들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당시 제조업 고도화 정책도 있었고 인터넷 플러스라고 하는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촉진하는 정책도 세워졌습니다. 창업 활성화 정책 같은 것도 있었고요. 거기에 인공지능 국가 정책이 같이 들어온 건데, 10년 전부터 착실히 데이터, 인재, 자원 등을 쌓아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술이 잘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이미 만들어져 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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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해 초 전 세계에 충격을 준 딥시크가 주는 시사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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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두고는 여러 평가가 있는 것 같은데요. 완전히 패러다임을 바꾸고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한 기술을 만들어낸 건 아니라고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또 있습니다.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당하고 GPU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좋은 성능을 가진 서비스를 만들어 낸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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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중국에서 이런 주목할 만한 LLM들이 더 나올 거라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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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올 가능성이 꽤 있다고 봅니다. 거대언어모델 이전에 ‘이미지 인식’ 중심일 때 이미 센스타임이나 메그비 같은 기업들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이었거든요. 이미지 중심에서 랭귀지 중심으로 전환됐을 때 미국이 앞서가는 건데, 중국엔 그걸 따라잡을 만한 기업들이 아주 많습니다. 바이트댄스나 알리바바도 굉장히 잘하고 있고 문샷 AI 등 여러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흐름대로라면 차세대의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중국 기업들이 여럿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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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 스타트업 환경과 중국의 스타트업 환경을 비교해 봤을 때는 어떤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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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코로나 이전 중국에선 AI뿐 아니라 여러 공유 경제 관련 스타트업들이 상장하거나 메가딜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벤처 붐이 일었고 대학생들의 창업 지원이 활성화됐습니다. 물론 코로나 때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타격을 입었고 현재 외국계 벤처 캐피털은 전부 나간 상황이지만 그 빈자리를 국가 차원의 국유 자본들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현재 나스닥 상장도 불가능해졌지만 중국 내에서 상장이 가능하고 상장을 통한 성공 사례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열기가 계속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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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23세 이하 개발자들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중국도 비슷한 분위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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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원래 R&D 인력들이 엄청 젊습니다. 화웨이 R&D 센터 평균 연령은 30세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금 중국 학생들 사이에 과학기술, 창업에 대한 열풍이 어마어마합니다.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에이전트 창업하는 이런 커뮤니티도 매우 활성화돼 있고요, 대학생들 창업 활동도 분위기가 여전히 뜨겁습니다. 학부생들이 창업할 때 바로 창업 공간부터 투자금 지원까지 토털적인 지원 서비스를 해주는 정부가 뒤에 있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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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국과의 첨단 기술 전쟁에 뛰어든 중국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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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의존도’인 것 같습니다. 중국이 다른 여러 분야에선 실력이 많이 올라왔지만 가장 중요한 반도체에선 여전히 의존도가 있습니다. 중국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입니다. 당장 핵심 부품을 국산화시키고 자립화하는 게 전략 중 하나의 큰 축이고요. 또 미래의 새로운 패러다임, 게임 체인저 기술이 나왔을 때도 해외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국제화 전략’입니다. 지난 7월 상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리창 총리는 공개적으로 와이코라는 ‘세계AI협력기구’ 설립 발표를 했습니다. 이걸 통해 특정 국가나 기업이 AI 기술을 독점하지 않도록 하고 AI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나라들의 자주적인 AI 개발을 돕겠다고 밝혔는데요. 중국의 오픈소스 전략에 기반한 세계화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중국 모델을 사용하는 진영이 계속 확대되고 미국 진영은 축소되는 효과가 일차적으로 있을 거 같고요. 중국 오픈 소스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독점성이 올라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AI 자체에선 돈을 안 벌더라도 중국이 만들어낸 오픈 소스 중심으로 생태계 형성이 되면 수많은 다른 부가가치가 있는 활동들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AI 분야에서의 영향력이 커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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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다면 한국이 미, 중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펼쳐야 할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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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의 한 진영, 중국 시장, 글로벌 사우스라고 하는 제3 진영이 있는데 미국 주도 진영에선 미국이 모든 것을 다 자체적으로 할 수 없어서 제조 등 분야에서 좋은 파트너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국 시장에선 기회가 많지 않긴 합니다. 포트폴리오가 상당히 많이 겹치기 때문인데요. 다만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여길 어떻게 공략할지 찾아봐야 합니다. 제3 시장에서는 미국, 중국 둘 다에게 의존하기 싫은 국가들에게 저희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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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I 분야에선 어떤 기술을 더 키워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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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하게 거론되는 게 사실 제조입니다. 제조를 잘하니까 제조와 결합한 AI를 우선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겠고요, 서비스 쪽으론 저희가 잘할 수 있는 의료 데이터와 교육 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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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조 AI 같은 경우도 중국과 격차가 있다고 보시나요? 어떻게 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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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다크팩토리 등 공장에 AI와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건 중국이 많이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등대 공장 등 선정된 결과만 봐도 전 세계의 40% 정도는 중국 공장입니다.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고 조립 효율이 향상된다거나 불량률이 현저히 떨어진다거나 하는 완전히 눈에 보이는 수치 개선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10초에 한 대씩, 전기차를 70초에 한 대씩 만들어내는 팩토리들도 있습니다.
한국은 도입이 조금 더딘 것 같습니다. 그런 요소의 기술들이 없는 것은 아닌데 중국이 기술 개발 후 산업에 빠르게 적용하는 것에 비해 느립니다. 문화나 제도적인 요인이 큰 것 같습니다. 중국은 공급과잉 이슈가 생겨도 정부에서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상황은 그와는 좀 다릅니다. 따라서 무턱대고 따라 하는 것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업에 AI를 도입하고 제조업 전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방향은 맞는 방향인 것 같습니다. 중국이 먼저 해본 시도들을 반면교사 삼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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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중국과 이렇게 격차가 벌어지는 동안 한국은 왜 제대로 모르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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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계신 분들은 사실 오래전부터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이 격차는 절대로 갑자기 벌어진 게 아닙니다. 2017년 당시에도 이미 차이가 있었습니다. 생태계, 기술력, 사업화 역량 등에서 격차가 점점 벌어져 온 건데, 한국은 “아 저기는 1당 체제고 사회주의 체제니까 우리는 저렇게 못 해”하면서 무시했던 거고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국이 무너질 것이라고 봤기 때문에 중국을 보지 않았던 거죠. 코로나 3년 동안도 중국으로 가지 않았고, 한 5~6년 정도 중국에 저희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결과라고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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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등 첨단 과학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우리나라를 추월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이제 중국은 전 세계 AI 질서와 규범을 세우겠다는 더 큰 목표를 갖고 국제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머뭇거릴 새가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틈새는 어디 있는지 찾는 전략을 세우고 뛰어야 할 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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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애 기자 :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믿으며 SBS D포럼을 총괄 기획해 오고 있습니다.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 시사고발프로그램 ‘뉴스추적’ 등을 거쳤으며 2005년부터 ‘미래부’에서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떻게 다르게 같이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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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종 촬영감독 : 현재 SDF 팀의 촬영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협업을 중요시하는 프리랜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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